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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

 주인집 현관문 뒤편으로 한 사람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다란 모퉁이를 쭉 따라가면 문 이 나온다. 곰팡이가 얼룩진 나무 쪽문이다.

 "김간난 어르신 계세요? 방문간호사에요!"

 귀가 어두운 할머닌 미리 문고리를 풀어 놓았다. 안으로 문을 밀고 들어서자 가스렌지 없이 싱크대만 덩그런 부엌이 나온다. 방문은 창호지가 누렇게 퇴색되어 반쯤 열려있다. 미리 전화를 해두었기 때문에 할머니는 기다리신 듯 내심 반색을 한다. 플라스틱 쟁반 안에는 손잡이에 때가 묻은 커피 잔과 커피믹스가 손님을 기다린다.

 "어유~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쩔거나~" 할머닌 자신이 사는 곳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간호사의 방문에 들뜬 표정이 역력하다.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온 듯  "이리 와서 여기에 앉아요." 내손을 잡고 침대에 앉힌다. 방안은 일인용 침대가 한쪽 벽을 따라 길게 방끝까지 닿아있다. 복지관에서 밥을 가져오면 식사를 데워먹는 전자레인지가 유일한 취사도구로 침대 맞은편 작은 탁자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가마솥 같은 불볕더위는 좁은 공간을 찜통으로 만들어 들어서는 순간 열기가 훅하니 얼굴을 덮친다. 낡은 선풍기가 더운 공기를 뿜으며 돌아간다. 침대 위에는 조금 전 데운 말랑한 팥시루 떡이 한입 크기로 잘게 썰어져 접시에 소복하니 담겨있다.

 "이것 먹으면서 기다려요. 월매나 배고플까나. 우리같은 늙은이들을 보살피느라고."
복지관에서 받은 요구르트도 냉장고에서 꺼내 오신다.

 "여기 오기 전에 바로 전집에서 마셨어요." 몇번이고 사양해도 뚜껑을 재빨리 따서는 내게 안긴다.

 "아유 그게 아뉴. 귀한 손님 오셨는디 그냥 보내면 안되는규." 오는 손님을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신앙 같은 믿음이 있다. 할머니들은 항상 이렇다. 어느 집을 가든지 꼭 무엇이든 먹이려고 애를 쓴다.

 도시의 열악한 집들을 곳곳이 누비며 그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하는 나의 일은 즐거운 작업이다.

 사랑하는 감정 없이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가 없다. 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운동을 교육시킨다고 호들갑을 떨고, 어르신들 격려하기 위해 없던 애교도 부린다. 노인들이 버거워하는 일, 또는 필요로 하는 것을 복지 연계도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먼저 산 인생선배들에게서 늙음의 지혜를 생생하게 느껴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뿌듯한 부수입이 아닐 수 없다.

구로구보건소 방문간호사 최종숙

등록일 : 2010.07.19조회수 :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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